"눈에 띄지 않는 광고는 무용지물" 여기어때·뉴케어 만든 런랩(RUNLAB) 이경환 대표

피크가 만난 주목할 만한 에이전시, 그 첫 번째로 런랩의 이경환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여행할 때 여기어때"라는 문구 하나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잊혀가던 브랜드를 MZ세대의 놀이터로 탈바꿈시킨 곳.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클라이언트의 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런랩(RUNLAB)은 그 이름처럼 브랜드와 함께 치열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광고는 무용지물’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단단한 철학을 들어보았습니다.
Q1.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런랩(RunLab)’ 이라는 사명에는 '달린다(Run)'는 역동성과 '연구소(Lab)'라는 전문성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 이름에 담으신 구체적인 의미와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A. 마침, 요즘 러닝이 대세네요.(웃음)
‘RUN’은 우리와 함께하는 브랜드가 좋은 방향으로 잘 달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LAB’은 브랜드가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조절을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달리며 고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는 각각의 페이스 조절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계산적으로 설계가 잘 되어야 브랜드와 핏(Fit)이 맞는 캠페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일은 결승점이 없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기나긴 여정을 옆에서 함께 달릴 수 있는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는 의미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2. “눈에 보이는 광고를 만들자”라는 문장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 보일 만큼 대표님의 광고에 대한 철학이 명확히 느껴지는데요. 실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요?
A. "눈에 보이는 광고를 만들자“라는 철학은 런랩의 전부이자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아니 수만 가지의 콘텐츠와 광고에 노출됩니다. 아무리 좋은 'WHAT TO'가 있어도 일단 눈에 띄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시대인 거죠.
어찌 보면 광고는 세상의 모든 콘텐츠와 경쟁하거나, 광고 자체가 좋은 콘텐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점검 단계에서 던지는 하나의 내부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누가 볼까?”
“이게 기억에 남아?“
저희는 늘 이 질문을 던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Q3. 제가 런랩 캠페인 중 가장 좋아하는 캠페인이기도 한데요. 여기어때 캠페인의 CM송은 이제 국민 모두가 흥얼거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 캠페인이 런랩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그리고 기획이나 제작과정에서,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여기어때 캠페인은 RUNLAB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죠. 덕분에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이 RUNLAB을 찾아주셨고요. 물론, 그 이후로 CM송 캠페인 의뢰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어때 캠페인의 핵심은 CM송에도 있지만, “여행할 때 여기어때”라는 컨셉과 카피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여기어때는 모텔, 숙박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고, 실제로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했었습니다.
캠페인의 핵심은 ‘여행’이라는 카테고리의 선점에 많은 초점을 두었고, 그 컨셉을 시장에 알리고 각인시키는 데 CM송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CM송에 주목하고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마케터분들은 브랜드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캠페인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4. 여기어때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나, "이건 정말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최근에 집행한 대상웰라이프 ‘뉴케어’ 캠페인과 해태아이스 ‘시모나’ 캠페인을 꼽고 싶습니다. 런랩의 장점인 '인식 변화'를 잘 이끌어낸 사례들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뉴케어’는 브랜드 카테고리 확장을 알리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이미 좋은 성분과 제품력으로 환자식과 어르신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검증받은 브랜드였지만, 이를 키즈 라인, 프로틴 라인 등 일반인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생애주기별 맞춤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온 가족의 영양을 채우다’라는 전략 하에 국민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활용했습니다. 3050에게는 추억을, 1020에게는 유튜브 밈으로서의 신선함을 주며 눈에 띄는 광고가 되었고, 브랜드 초기 미션도 달성하여 애정하는 캠페인입니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해태아이스 ‘시모나’입니다. 헤리티지는 있지만 다소 올드하고 인지도가 부족한 브랜드를 MZ 타겟에게 알려야 했습니다. 저희는 고민 끝에 당시 밈으로 유행하던 박성웅 씨의 '바밤바 삼행시'에 편승하기로 했습니다. "MZ가 시모나는 몰라도 바밤바는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박성웅 씨가 바밤바 삼행시의 결론을 엉뚱하게 시모나로 귀결시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같은 회사 브랜드라 담당자분도 흔쾌히 승낙했고, 두 제품을 함께 광고하여 시너지를 냈습니다. 예상대로 큰 이슈가 되었고 두 제품 다 매출이 늘어나는 아름다운 결과가 나왔죠.
Q5. 2023년 한 해만 봐도 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 서울영상광고제 그랑프리, 대한민국디지털광고대상 대상까지 주요 광고제를 석권하셨고, YouTube Awards에서도 다수 수상하실 만큼 수상 경력이 화려합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A. 저희는 철저히 클라이언트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상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지만, 크게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상만 받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캠페인도 존재합니다. 오히려 크리에이티브의 욕심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을 더욱 경계하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목표에 집중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들이 따라온 것 같습니다.
Q6. 런랩의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 중, 외부(예비 입사자나 클라이언트)에 꼭 자랑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보고 단계를 최소화합니다. 사실 '보고'라는 워딩도 없을 정도로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기도 하고요. 이건 대형 광고대행사가 가질 수 없는 무기라고도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분들은 내부 보고 단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안 그래도 복잡한데 저희까지 복잡하면 배는 산으로 간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라도 심플해야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해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Q7. 생성형 AI의 등장 등 업계의 변화가 거셉니다. 런랩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나 트렌드를 실제 실무에 어떻게 적용하거나 대응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그냥 좋은 툴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엑셀이 생겨서 더 효율적이게 되고 포토샵이 생겨서 더 편해진 것처럼요. 실제로 광고 기획 부분의 참고나 아이데이션 표현에 활용하여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툴로서의 역할이지 판단을 맡기지는 않습니다. 결국 광고는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소비 판단을 AI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결국 결정은 사람이 직접 합니다. 사람이 직접 결정하는 한 저희도 사람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하고요. 혹시 나중에 AI가 저희 메인 타겟이 되면 그때는 판단까지 맡기며 활용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Q8. 런랩이라는 이름처럼 함께 힘차게 달릴 수 있는 동료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채용 시 가장 눈여겨보시는 지원자의 태도나 역량은 무엇인가요?
A. 세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매일 봐도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Q9. 런랩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독립대행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광고주들이 포진해 있는데요. 소규모 조직이 대기업 계열사, 외국계 대행사와 경쟁해서 비딩에 성공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클라이언트가 수많은 고민을 통해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면, 그에 맞게 해결해 줄 회사를 찾는 과정이 비딩입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그 목표와 방향성에 맞게 A플랜, B플랜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C플랜'은 다릅니다. 클라이언트의 목표에는 집중하되, 저희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목표는 바뀔 수 없어도 방향성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잖아요. 이런 제안 방식이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런랩이 그리는 미래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런랩은 클라이언트들에게 어떤 파트너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향후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도 지금처럼 철학을 행동하는 회사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눈에 보이는 광고를 만들자‘라는 그 철학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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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광고를 만드는 시대에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사람의 통찰력입니다. "매일 봐도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처럼, 런랩은 가장 인간적인 시선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고 클라이언트와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데이터 속에 숨겨진 뜨거운 진심을 찾고 있다면, 런랩이 좋은 해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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