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야 더 맛있다" 책 읽으며 완성하는 레토르트
보통 ‘레토르트 식품’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바쁠 때 후다닥 해치우는 3분 요리, 혹은 귀찮아서 때우는 한 끼 같은 이미지가 강하죠. 그런데 일본 후쿠오카의 식품 브랜드 ‘피에트로’가 이런 고정관념을 아주 우아하게 뒤집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지난 12월 10일 출시된 『맛있는 것을 찾는 방법(おいしいの見つけ方)』이라는 제품인데요,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산 정상에서 먹는 주먹밥은 왜 더 맛있을까?"
이 제품은 이 엉뚱하고도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개발팀은 그 답을 음식 자체가 아닌 '과정'에서 찾았습니다. 끓는 물 앞에서 소스가 데워지길 기다리는 시간, 그 설렘이 밥맛을 더 좋게 만든다는 거죠.
그래서 이 제품은 대놓고 "5~7분 동안 멍하니 기다리세요"라고 제안합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빠름' 대신 '여유'를 선물하는 셈입니다.

서점에 꽂혀있을 법한 비주얼
패키지도 재밌습니다. 마트 진열대가 아니라 서점에 있어야 할 것 같은 B6 사이즈 문고본 책처럼 생겼거든요.
상자를 열면 제품 설명서 대신 짧은 단편 에세이가 들어있습니다. 물이 끓고 소스가 데워지는 7분 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글을 읽으며 '나만의 맛'을 상상해보라는 뜻이죠. 표지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넣어, 기다리며 완성한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합니다.

효율만 따지는 세상에서 '기다림'이라는 시간 자체를 패키지에 담아 파는 역발상.
한국에도 혼밥족이 참 많은데, 밥 먹기 전 5분의 시간을 이렇게 감성적으로 채워주는 제품이 있다면 꽤 위로가 될 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