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으로 츄러스를?"… 일본 식품기업 닛스이가 MZ세대 '생선 기피'에 대응한 방법

일본 수산식품 기업 닛스이가 젊은 세대의 '생선 기피'에 맞서 색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사 어묵 제품을 츄러스처럼 튀겨낸 디저트 '피츄러스(Fish+Churros)'로 하라주쿠에서 팝업 이벤트를 연 것이다.
생선 소비량 절반 토막, 우회로를 찾다
배경에는 위기감이 있다. 일본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001년 40kg에서 2023년 약 21kg으로 뚝 떨어졌다. 젊은 층일수록 생선을 "손질이 귀찮고 비린내 나는 음식"으로 여긴다.
닛스이는 정공법 대신 우회로를 택했다. 생선의 영양을 설파하는 게 아니라, MZ세대가 이미 즐기는 디저트 안에 생선을 슬쩍 끼워넣는 방식이다.

피시 소시지와 치쿠와, 츄러스가 되다
피츄러스의 재료는 닛스이의 두 간판 제품이다. 생선살로 만든 피시 소시지, 그리고 치쿠와. 치쿠와는 생선살을 갈아 구운 원통형 어묵으로, 한국의 막대 어묵과 비슷하지만 가운데가 빈 튜브 형태다. 일본에선 우동이나 오뎅 재료로 흔히 쓰인다.
왜 하필 츄러스였을까. 닛스이는 2003년부터 계란 알레르기 대응 '에그프리' 제품을 만들어왔는데, 스페인 정통 츄러스도 원래 계란 없이 굽는다. 자사 기술과 트렌디한 디저트가 맞닿는 지점을 찾아낸 거다.
디핑 소스는 8종. 레몬크림, 딸기 콩피, 말차 티라미수 같은 달콤한 맛부터 와사비크림, 단무지&크림치즈 같은 짭짤한 조합까지 준비했다.
'생선의 날'에 맞춘 타이밍
이벤트 시점도 계산됐다. 일본 수산청은 매년 11월 3~7일을 '생선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생선을 뜻하는 '사카나' 발음에서 숫자 3과 7을 끌어온 말장난이다. 닛스이는 이 기간에 맞춰 이벤트를 열어 언론 노출을 극대화했다.
물고기 트레이, SNS를 겨냥하다
장소는 2024년 새로 문을 연 하라카도 옥상 테라스. 피시 소시지와 피츄러스를 본뜬 대형 오브제를 세우고, 공간 전체를 포토존으로 꾸몄다.
제품 패키징도 신경 썼다. 피츄러스는 물고기 모양 트레이에 담겨 나온다. 트레이에는 "GOOD FOODS for YOU!"라는 브랜드 슬로건과 제품 설명이 인쇄돼 있어, 손에 들고 찍는 것만으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음식이 아니라 '찍고 싶은 경험'을 판 셈이다.
참가자가 "생선을 더 먹고 싶어지는 아이디어"를 적어내면 굿즈를 주는 참여형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9일간 5,700식, 최대 60분 대기
10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9일간 약 5,700식이 나갔다. 방문객 대부분은 20~30대였고, 한창때는 60분 대기 줄이 생겼다. 여러 매체에서 캠페인을 다루며 화제가 됐다.
핵심은 결국 이거다.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타깃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 안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